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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입력해도 되나요?” — 삼성 구매 현장에서 목격한 Agentic 각성

시리즈

삼성전자 구매팀 특강에서 목격한 변화 — “이런 것도 되나요?”가 “어디까지 맡겨도 되나요?”로 바뀌는 순간을, 무기명 후기 원문과 함께 기록합니다. (AX 시리즈)

바쁜 분을 위한 3줄 요약

① 삼성전자 구매팀 특강에서 질문이 “이런 것도 되나요?”에서 “어디까지 맡겨도 되나요?”로 바뀌는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② 질문이 가능성에서 경계로 이동하면 조직이 AI를 구경하는 단계에서 실제로 쓰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③ 총소유비용(TCO) 비교 등 구매 6개 산출물 실습과 무기명 후기 원문에서 우리 조직의 현재 단계를 가늠해 보세요.

들어가며

질문이 바뀌면, 조직이 바뀐 것이다

2026년 6월, 삼성전자 구매팀의 CPSM(공인 공급관리 전문가) 인증 실무자들과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헌장, WBS 일정, 총소유비용(TCO) 비교, 리스크 레지스터, RACI, 회의록 — 구매 프로젝트의 6개 산출물을 AI와 함께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 중심 과정이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회수한 무기명 후기를 한 장씩 읽다가, 저는 한 문장 앞에서 멈췄습니다.

“정말 유용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데요, 어디까지 입력해도 괜찮은 것일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제가 삼성전자 구매담당자인 것은 입력해도 되는 것일까요^^;;”
— 워크숍 참가자 무기명 후기 원문

웃음 이모티콘 뒤에 숨어 있지만, 이것은 굉장히 수준 높은 질문입니다. “AI가 뭘 할 수 있나요?”를 묻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지금 경계선을 묻고 있습니다. 도구의 능력이 아니라 운영의 규칙을 묻는 것 — 이것이 조직이 AI를 구경하는 단계에서 실제로 쓰는 단계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신호입니다.

지난 10년간 기업 PM 교육을 해오면서, 워크숍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강의의 완성도가 아니라 참가자 질문의 진화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질문이 “가능성”에서 “경계”로 이동하면, 그 조직은 이미 출발한 것입니다. 이번 삼성전자 구매팀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Part 1

달라진 공기 — Agentic 열풍은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 와 있다

이 시리즈의 지난 글에서 McKinsey, BCG, Accenture, Deloitte, Gartner 5사가 일제히 “Agentic 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라고 선언했다는 것을 다뤘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 보고서의 언어가 현장의 언어가 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고.

그 시차가 생각보다 빨리 좁혀지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 대기업 워크숍에서 가장 많이 받던 질문은 “검색이랑 뭐가 다른가요?”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적어낸 “오늘 얻은 것”의 목록을 보면, 질문의 층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가자가 적은 “오늘의 산출물 / 인사이트” (원문) 이것이 의미하는 단계
“역질문 활용”AI에게 일을 시키는 법을 넘어, AI가 스스로 부족한 정보를 묻게 만드는 상호작용 설계
“온톨로지까지 만들어봤으며, 평소 업무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내 업무의 지식 지도를 그려보니 빈칸이 보였다 — AI 활용이 업무 자체에 대한 메타인지로 환류
“프롬프트를 어떻게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단발 명령에서 구조화된 지시(역할·맥락·과업·형식·제약·예시·검증)로의 전환
“TCO, 협상” · “스코어카드”범용 사례가 아니라 자기 직무의 산출물로 즉시 번역 — 도메인 착지
“AI 활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간 것 같습니다” · “인공지능을 쓰는 방법”추상적 가능성 → 손에 잡히는 절차

특히 “온톨로지”라는 단어가 구매 실무자의 후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는 것 — 이것이 2026년의 변화입니다. 업무 온톨로지맵(내 업무를 구성하는 개체·관계·용어의 지도)은 1년 전이라면 데이터 엔지니어의 어휘였습니다. 지금은 구매담당자가 특강 안에서 직접 만들어보고, “형식만 참고했다”는 자기 평가까지 남깁니다.

Part 2

효율이 아니라 효과 — “내일 뭐부터 할 건가요?”에 대한 답들

후기 양식에는 “현업에 바로 적용할 1가지는?”이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질문의 답이야말로 교육의 진짜 성적표입니다. 만족도 점수는 강사가 잘했는지를 말해주지만, 이 답은 참가자가 무엇을 가져갔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참가자들이 적어낸 “내일 적용할 1가지” (원문)
· “소싱업무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 “단가인하 전략 수립”
· “TCO” (총소유비용 비교)
· “스코어카드” (공급사 평가)
· “자료 비교”
· “work flow 정립”

목록을 다시 읽어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전부 “문서 요약해줘” 류의 효율 과제가 아니라, 판단이 걸린 효과 과제라는 점입니다. 소싱 전략, 단가인하, TCO, 공급사 평가 — 모두 구매 조직의 핵심 의사결정 업무입니다. 참가자들은 AI를 “타이핑을 줄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두텁게 만들어주는 동료”로 데려가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은 글로벌 제조 조달의 흐름과 정확히 같은 방향입니다. Siemens의 최고구매책임자(CPO)는 “AI의 힘은 공급사 협상에서 데이터를 지렛대로 바꾸는 능력에 있다”고 말했고, 한 Fortune 500 제조사는 원자재 인상 국면에서 AI 기반 재협상으로 핵심 카테고리 원가를 9% 절감했다고 보고됐습니다. 최고구매책임자의 92%가 생성형 AI를 검토 중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거대한 전환이 보고서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옆자리 구매담당자의 “내일 적용할 1가지”로 내려온 것입니다.

워크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참가자가 자기 업무의 가상 데이터를 넣고 첫 출력을 받아본 직후의 표정 — “어, 이게 되네?”의 그 3초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3초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 3초 뒤에 따라오는 질문이 1년 사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신기하네요”로 끝났다면, 지금은 “이거 우리 팀 워크플로우에 어떻게 넣죠?”가 따라옵니다.

Part 3

백서 — 무엇이 작동했나: 도메인 그라운딩이라는 지렛대

이번 워크숍 설계의 핵심은 한 가지였습니다. 범용 AI를 구매 전문가의 AI로 바꾸는 것. 방법은 세 겹의 “그라운딩(grounding)”입니다.

장치 참가자가 체감한 것
① 도메인 시스템프롬프트구매 가치사슬·용어·안전수칙이 담긴 프롬프트를 시작 전에 등록 — AI가 처음부터 “구매 전문가의 동료”로 출발같은 질문인데 출력의 깊이가 다름
② 업무 온톨로지맵내 업무의 개체·관계·용어 지도를 AI와 함께 작성“평소 업무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확인” — 빈칸의 발견
③ 구조화 프롬프트 + 검증역할·맥락·과업·형식·제약·예시에 더해 “빠진 정보를 역으로 질문하게” 하는 7번째 축“역질문 활용” — 환각을 줄이는 자기점검 장치

여기서 CPSM 인증자라는 청중의 특수성이 빛납니다. Kraljic 매트릭스, TCO, 협상 대안(BATNA), 8D 품질보고 — 이 정밀한 어휘를 이미 가진 사람들은 AI에게 도메인 맥락을 스스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 출력의 깊이는 사용자가 넣는 맥락의 깊이에 비례하기 때문에, 전문 어휘를 가진 사람일수록 AI 시대에 가치가 커집니다. “AI가 전문가를 대체한다”의 정반대 명제가 현장에서 증명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안전 경계. 워크숍 내내 한 가지 원칙을 반복했습니다 — 속도와 규모는 AI에게, 승인과 관계와 기밀은 사람에게. 단가 합의, 계약 체결, 공급사 등급 확정은 AI가 초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이 확정하는 노드로 남습니다. 실습은 전부 교육용 가상 데이터로만 진행했습니다. 서두의 그 질문(“제가 삼성전자 구매담당자인 것은 입력해도 되는 것일까요?”)에 대한 답도 이 원칙 위에 있습니다. 회사의 AI 사용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소속·직무 같은 일반 맥락과 협력사명·단가 같은 기밀을 구분하는 감각 — 그것이 바로 워크숍이 길러야 할 근육입니다.

Part 4

다음 — 1회성 산출물에서 상시 가동 에이전트로

이번 워크숍의 산출물은 헌장 1장, 리스크 레지스터 1벌처럼 1회성 문서였습니다. 그런데 구매 업무의 본질은 반복입니다. 환율이 바뀔 때마다 TCO를 다시 계산하고, 분기마다 단가 협상을 준비하고, 부품 단종 공지를 상시 추적합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명확합니다. 오늘 1회 만들어본 그 산출물을, 같은 업무가 돌아올 때마다 재실행되는 “나의 에이전트”로 승격시키는 것. 한 번 쓴 레시피를 따라 한 요리에서, 내 주방에 상비된 레시피 카드로 바꾸는 일입니다. 5사 보고서가 말한 “에이전트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라는 명제는, 현장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인 모양으로 착지합니다 — 주간 시황 브리핑을 대신 써오는 동료, 단종 위험 품번을 먼저 경고해주는 동료, 협상 전에 쟁점 3개를 정리해오는 동료.

이번 회고의 세 줄 요약
1. 참가자의 질문이 “가능성”에서 “경계”로 진화했다 — 조직이 실사용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
2. 적용 다짐이 전부 판단 업무(소싱·단가·TCO·평가)였다 — 효율을 넘어 효과의 영역으로
3. 다음 단계는 1회성 산출물을 반복 업무에 상시 장착하는 것 — 체험에서 정착으로

CPSM이 어휘를, AI가 속도를, 그리고 구매 전문가가 판단을 맡는 분업. 이 구조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에 설치되는 속도가, 곧 그 조직의 AX(AI 전환) 속도일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1회성 산출물 → 상시 에이전트” 승격을 실제로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 본문에 인용된 후기는 무기명 자유 서술 원문이며, 표기 외 가공 없이 발췌했습니다. 워크숍의 모든 실습은 공개 동향 기반의 교육용 가상 데이터로 진행되었고, 실제 단가·공급사명·기밀 정보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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