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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그릇이었다 — LG전자 SW공학연구소 GenAI RISK 워크숍, 기획·교재·실습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시리즈

그릇에서 발표 슬라이드·리스크 매트릭스·네트워크 노드가 피어오르는 일러스트 — 워크숍 기획·교재·실습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설계했음을 상징.
AX 전략 · Agentic PO / PM / PL

리스크는 그릇이었다

LG전자 SW공학연구소 GenAI 리스크 워크숍 — 기획·리서치·교재 48장·8단계 실습까지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와 함께 설계한 8시간, 그리고 Agentic 전환을 준비하는 조직을 위한 7가지 신호

“리스크 관리는 주제일 뿐, 진짜 배운 건 AI 협업법이었다.” 한 참여자가 남긴 이 문장이 이 워크숍의 설계 의도를 정확히 맞혔습니다. 이 글은 리스크라는 그릇Agentic PM이 일하는 법을 담아 전달한 8시간을, 기획·리서치·교재·진행 전 과정이 AI 에이전트와 함께 돌아갔던 무대 뒤까지 포함해 PM·리스크 코치의 시선으로 복기한 회고입니다.


들어가며 — 순긍정 100%·만족도 4.74, 그래서 더 의심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얼마 전 LG전자 SW공학연구소에서 GenAI 기반 소프트웨어 리스크 관리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33명, 7개 사업부(BU, Business Unit) 클러스터, 하루 8시간 과정이었습니다. 공식 만족도 설문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4.74 /5
교육 만족도
4.79 /5
강사 모듈 만족도
100%
순긍정 응답률 (4~5점 · 3점 이하 0명)

코치로서 저는 바로 이 숫자를 먼저 의심하는 데서 회고를 시작합니다. 능동학습 연구의 고전인 디슬로리에(Deslauriers et al., 2019,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는 학습자의 만족·자신감이 실제 학습량과 거꾸로 갈 수 있음을 무작위대조시험으로 보였습니다 — “더 힘들었기 때문에 덜 배웠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더 배운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번 워크숍은 산출물을 AI가 함께 만들어 줬기에, “결과물이 훌륭하다 = 내가 학습했다”는 착각이 끼어들 여지가 구조적으로 더 큽니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코치는 더 정직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 회고는 “잘됐다”를 자랑하는 글이 아닙니다. 무엇이 진짜 몸에 남았고(전이), 무엇이 다음 차수의 숙제로 미뤄졌는가를 일곱 개의 축으로 분해하는 글입니다.


01기획·리서치·교재·진행 — 워크숍을 만드는 일 자체가 에이전트와의 협업이었습니다

이 워크숍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강생에게 AI로 실습을 시켰다”가 아닙니다. 워크숍을 만드는 일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AI 에이전트와의 협업이었다는 점입니다. 무대 위 8시간보다, 무대 뒤 제작 공정이 곧 이 강의가 전하려던 메시지였습니다.

  • 리서치 단계 — 글로벌 리스크 표준(뒤에서 설명할 PMBOK·자동차 기능안전·AI 규제 등)을 횡단 조사하고, LG전자의 사업부 구조에 맞춘 위험 분해 구조(RBS, Risk Breakdown Structure)로 정규화하는 일을 에이전트와 함께 했습니다. 사람이 표준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에이전트가 방대한 1차 자료를 빠르게 정리하는 분업입니다.
  • 교재 개발 단계 —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는 슬라이드를 실습 중심으로 다시 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설계 이론(콜브의 경험학습, 메이어의 멀티미디어 학습,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Make It Stick)』의 인출 연습)을 슬라이드 단위로 녹여 넣었습니다.
  • 진행 단계(현장) — 표준 리스크 관리 절차를 따라 짜놓은 단계별 프롬프트를, 현장에서 조별 과제에 맞춰 라이브로 실행했습니다. 결과물을 그 자리에서 만들고, 평가하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 회고·자산화 단계 — 피드백 31건을 주제별로 묶고, 교수기법을 학술 근거로 다시 검증하고, 현장에서 쓴 프롬프트들을 다음에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는 표준 묶음으로 정리했습니다.

핵심은 이 네 단계가 단절된 문서 더미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흐름이었다는 점입니다. 리서치의 위험 구조가 교재의 시나리오가 되고, 교재의 프롬프트가 현장의 입력이 되고, 현장 산출물이 회고의 재료가 되고, 회고가 다시 다음 차수 설계의 입력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무대 뒤를 가장 정확히 읽어낸 것은 수강생이었습니다. 한 참여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 “오랜 기간 모은 자료를 검색·증강(RAG) 형태로 구성해 그것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고 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강의의 콘텐츠가 아니라 강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학습 대상으로 본 것입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AI 실습을 통해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체험형이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절차를 설명으로 들은 게 아니라 흐름을 직접 통과했다는 신호입니다.

워크숍 교재 48장 전체 슬라이드 — 표지부터 실습 양식까지 전부 AI가 생성
워크숍 교재 48장 전체 — 표지·이론 도식·실습 양식·치트시트까지 전부 AI가 생성한 슬라이드
☝️ 이 48장, 사람이 PowerPoint로 직접 그린 슬라이드는 한 장도 없습니다. 표지·이론 도식·실습 양식·치트시트까지 전부 AI 에이전트가 생성한 교재입니다. “AI로 슬라이드 한두 장 다듬었다”가 아니라, 교재 제작 공정 전체가 에이전트 파이프라인 위에서 돌아갔다는 증거입니다. 사람이 한 일은 ‘무엇을, 어떤 표준으로, 어떤 순서로’를 설계하고 매 단계 검수한 것 — 즉 판단이었습니다.
📌 핵심 Agentic 시대의 강의 준비는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흐름을 짜는 일”입니다. 그래서 고객사 이름과 차수 정보만 바꾸면, 다음 차수도 다른 회사도 같은 뼈대로 다시 돌릴 수 있습니다.

02리스크 관리의 글로벌 표준 절차 — 여섯 단계, 그리고 각 단계가 요구하는 핵심 맥락

리스크 관리는 “위험 목록을 적는 일”이 아닙니다. 표준화된 절차의 파이프라인입니다. 이번 워크숍의 뼈대는 프로젝트 관리 국제 표준인 PMBOK 8판(2025년 11월 발간)의 리스크 영역을 여섯 단계로 구현한 것이며, 각 단계마다 사람이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할 핵심 맥락이 다릅니다.

① 맥락·계획 → ② 식별 → ③ 분석 → ④ 대응 → ⑤ 평가·감사 → ⑥ 모니터링

단계이 단계에서 사람이 쥐어야 할 핵심 맥락
① 맥락·계획포트폴리오 → 프로그램 → 프로젝트의 3계층 구조, 사업·고객·기술이라는 가치 3축, 그리고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가리키는 세 개념 — 위험 선호(Appetite)·허용(Tolerance)·임계(Threshold)의 구분. 자동차·기능안전 등 각 산업의 등가 개념(ASIL/SIL, ALARP)을 한 화면에서 인지
② 식별위협(나쁜 일)만이 아니라 기회(좋은 일)와의 대칭. 식별한 모든 항목에 출처(현업·표준·사례·시장·추론)를 표시해 신뢰 강도를 추적
③ 분석정성 분석 = 확률×영향 매트릭스(우선순위), 정량 분석 = 기댓값 계산(예비비). 이 둘을 절대 혼동하지 않는 규율 — 우선순위와 예산은 서로 다른 의사결정에 쓰입니다
④ 대응위협 4전략(회피·전가·완화·수용)과 기회 4전략(활용·공유·증대·수용)의 여덟 가지 대칭, 그리고 각 대응의 책임자·발동 시점·핵심 위험 지표(KRI)
⑤ 평가·감사만든 결과물이 표준을 지켰는지 가로지르는 검문소로 점검. 식별·대응·계획 산출물을 각각 정해진 기준표로 채점
⑥ 모니터링임원이 30초 안에 의사결정할 수 있는 대시보드 — 표준 준수 배지, 남은 위험의 시각화, 가정값 명시

이 절차는 산업에 따라 자동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자동차 부서에는 최신 고장 분석 표준(AIAG-VDA, 2019년 개정)이, 기능안전 맥락에는 자동차 안전 표준(ISO 26262)과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평가 모델(ASPICE)이 따라붙도록 설계했습니다. 한 개의 워크숍이 일곱 개 사업부의 친숙한 표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조입니다.

📌 핵심 표준 절차의 가치는 “단계를 빠짐없이 거치게 강제”하는 데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위험 목록을 뽑아줘도, 어느 단계의 맥락으로 그것을 판단할지는 사람의 몫입니다.

03사람은 어디서 멈춰 서는가 — HITL과 HOTL

이번 워크숍의 실습 규율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AI는 수단, 판단은 사람”이었습니다. 이걸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절차의 단계마다 박아 넣은 멈춤 장치로 만든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두 개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 HITL(Human-in-the-Loop, 사람이 작업 안에서 검수) — 식별·분석 단계에서 AI가 만든 모든 결과물은, 출처 표시와 위험 점수를 사람이 검수한 뒤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AI가 제시한 금액은 “명시된 가정에 근거한 값”이거나 “조원이 직접 산정한 값”이어야 했고, 근거 없는 임의의 숫자는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 HOTL(Human-on-the-Loop, 사람이 작업 위에서 감독) — 정량 분석에서 의사결정 권한은 사람에게 있고, AI는 후보 값을 계산해 올려주는 역할만 합니다. “이 위험을 받아들일 것인가, 피할 것인가”라는 최종 판단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넘겨줄 수 없는 책무로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떠받치는 가장 단단한 멈춤 장치가 “사내 코드·설계·개인정보를 외부 AI 서비스에 직접 입력하지 않는다”는 보안 원칙이었습니다. 산출물의 정본은 사내 정책이 허용한 도구 위에서만 만들어졌고, 도구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한 대안(강사 시연 등)까지 미리 정해 두어, 워크숍이 중간에 멈출 위험을 0으로 두었습니다.

📌 핵심 Agentic 일하기의 성숙도는 “AI에게 얼마나 많이 맡기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멈춰 서는가를 얼마나 명확히 설계했느냐”로 측정됩니다. 사람이 검수하고 감독하는 멈춤 장치는 속도를 늦추는 제약이 아니라, AI의 속도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안전장치입니다.

04AI의 결과물과 ‘나의 결과물’을 나란히 놓다 — 비교가 만든 메타인지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실험적이었고, 또 가장 큰 가르침을 남긴 장치가 이것입니다. 강사가 운영하는 AI 진행자(AI facilitator)가 만든 표준 결과물과, 참가자가 각자 자기 방식으로 AI를 써서 만든 결과물을 같은 화면에 나란히 놓고 비교한 것입니다.

비교는 막연한 감상이 아니라 점수표가 있는 평가로 구조화했습니다. 식별 결과물은 표준 준수 기준으로, 대응 프롬프트는 프롬프트 품질 기준으로, 조별 대시보드는 임원 의사결정 관점에서 각각 채점했습니다.

그러자 “왜 어떤 조의 결과물은 높은 점수를 받고 어떤 조는 그렇지 못한가”가 눈에 보이는 차이로 드러났습니다. 높은 점수를 받은 조는 위험마다 표준 준수 배지를 달고, 근거의 출처를 표시하고, 입력을 명확히 연결했습니다. 어떤 조는 AI에게 원하는 출력의 예시를 한 개 보여준 덕분에 결과물의 편차가 작았습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가 모두에게 같은 기준표로 드러난 것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교보재가 된 것은 오히려 ‘잘 안 된’ 경험이었습니다. 한 참여자가 이렇게 적었습니다.

“같은 도구를 설치해도 강사님 쪽과 데이터가 달라 같은 수준의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같은 프롬프트라도 환경이 달라 아쉬웠다.”

표면적으로는 불만이지만, 코치의 시선에서 이것은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켄타우로스 모델’(몰릭, 2024, 『코인텔리전스』)의 교과서적 순간입니다. 같은 프롬프트라도 환경과 맥락이 다르면 출력이 다르다 — 즉 AI는 도구일 뿐이고, 당신이 넣는 맥락(Human Context)이 결과물의 품질을 만든다. 실제로 다른 참여자는 스스로 “역시 사람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비교가 일으킨 학습은 단순 모방이 아니라 메타인지입니다 — “내 결과물과 표준 결과물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그 차이를 내가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하는 능력. 이것이 이 워크숍이 처음부터 세운 세 가지 원칙 — ① 본인 실제 프로젝트로 ② AI 에이전트와 함께 ③ 직접 손으로(메타인지와 소유권) — 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 핵심 “AI가 더 잘하니까 맡긴다”가 아니라, “표준 결과물과 내 결과물을 비교해 내 맥락 입력을 개선한다”가 Agentic 학습의 본질입니다.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곧 가르치는 것입니다.

05끊기면 멈추는 사슬 — 만들고, 채점하고, 다시 만드는 선순환

이번 워크숍의 실습은 각 단계의 결과물이 다음 단계의 입력이 되는 사슬로 짜여 있었습니다. 한 단계가 끊기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라, “강의를 듣기만 하는” 수동적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리스크 관리 계획 → 위험 식별 → 우선순위(확률×영향) → 예비비 산정(기댓값) → 대응 전략 → 사전 부검(Pre-mortem) → 임원 대시보드 → 수용 기준·교훈

그리고 이 사슬 위에 만들고 채점하고 다시 만드는 순환 고리가 겹쳐 돌았습니다. 이것이 이번 워크숍의 가장 강력한 학습 엔진이었습니다. 결과물을 한 번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을 표준 기준표로 채점하고, 그 채점 결과를 보고 다시 만드는 사이클이 한 세션 안에서 여러 번 돌았습니다. 실제로 첫 평가 뒤 식별 결과를 다시 다듬고, 대응 프롬프트를 개선하고, 대시보드를 임원 평가 결과대로 갱신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이 자체가 학습과학이 말하는 인출 연습(로디거 & 카픽, 2006)과 생성 효과의 실현입니다. 배운 내용을 떠올려 직접 산출하는 행위,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고 다시 떠올리는 행위가 기억과 적용력을 동시에 끌어올립니다. 8단계 실습 곳곳에 ‘배운 것을 다시 떠올리는 지점’을 세 번 분산 배치한 설계가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 핵심 선순환의 비밀은 평가를 학습의 한가운데에 끼워 넣는 데 있습니다. 채점은 마지막에 하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다음 결과물을 끌어올리는 피드백 고리입니다.

06게이미피케이션과 미니 콘테스트 — 이번에 쓴 교수기법 총정리

8시간을 끌고 간 동력은 콘텐츠만이 아니라 교수기법의 조합이었습니다. 이번에 쓴 기법을 근거와 함께 정리합니다.

기법어떻게 적용했나학술 근거
능동학습 80%+강사 발화를 절반 이하로, 나머지는 손으로 만드는 실습·토론·회상프리먼 외(2014) — 성취 향상(효과크기 0.47), 낙제율 1.5배↓
분산 인출 연습‘다시 떠올리는’ 회상 지점을 세션 전반에 세 번 배치로디거 & 카픽(2006) — “1회 인출 > 4회 재학습”
본인 프로젝트 변환(PBL)일곱 개 조가 각자의 실제 과제로 모든 실습을 변환도키 외(2003) — 문제기반학습은 실무 능력에 강함
AI 진행자 미니 콘테스트조별 결과물을 기준표로 채점·순위화, 우수 조 패턴을 공개 해설게이미피케이션 — 즉각 피드백·비교가 만드는 동기
개념 투표(투표→설득→재투표)정답이 갈리는 리스크 딜레마에 투표→다른 선택 동료 2분 설득→재투표로 분포 이동 관찰 (다음 차수 정식 도입)크라우치 & 마주어(2001) — 전이가능성 높음, 효과크기 0.61
실시간 코스 보정초반 모호함을 중간 피드백으로 잡아주는 진행 기술형성적 피드백 — 만족도를 끌어올린 결정적 순간(회고 다수)
성찰·동료 리뷰사업부를 가로지르는 동료 평가 + 자기 평가성찰이 학습을 몸에 통합시키는 핵심 단계

미니 콘테스트의 묘미는 “누가 이겼나”가 아니라 “우수한 결과물과 내 결과물의 차이를 공개적으로 분해”하는 데 있었습니다. 표준 배지를 단 조, AI에게 좋은 예시를 보여준 조의 결과물이 더 나은지를 모두가 같은 기준표로 확인하면서, 평가가 곧 다음 라운드의 학습 자료가 됐습니다. 개념 투표의 진짜 가치도 정답이 아니라 ‘재투표 때 의견이 어디로, 왜 움직였는가’에 있습니다. “어디로 옮겼나”가 아니라 “왜 옮겼나”를 해설하는 순간, 리스크 판단의 근거가 학습됩니다.

📌 핵심 게이미피케이션은 “재미 첨가물”이 아닙니다. 즉각적 피드백·비교·재시도라는 학습 메커니즘을 게임의 형식으로 강제하는 장치입니다. 다만 다음 장에서 보듯, “재미있었다”가 “배웠다”의 증거는 아닙니다.

07수강생이 남긴 신호 — Agentic 리더와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피드백 31건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온 것은 강의 품질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쓰고 싶은데 못 쓴다”는 갈증이었습니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더 강해지는 이 갈증은, 역설적으로 워크숍이 동기를 충분히 만들었다는 가장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강사가 아니라 조직이 풀어야 할 숙제를 정확히 가리킵니다.

① 사내 AI 사용 환경과 보안 정책의 명확화. 다수가 “사내에서 마음껏 AI를 쓰고 싶다”고 명시했고, 더 구체적으로 “교육생에 한해 보안 예외 처리를 병행해 달라”, “어디서 어디까지 사내·업무 데이터를 생성형 AI와 연동해 쓸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즉 현장의 불안은 AI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허용 경계가 불명확해서’ 생깁니다. “여기까지는 써도 된다”는 경계가 그려지는 순간, 동기가 충분한 지금 즉시 현업 적용이 일어납니다.

② 사내 지식 검색 인프라(RAG). 한 참여자는 “협업 도구와 이슈 관리 도구에 쌓인 정보 의존도가 높은데, 경쟁사처럼 전사 차원의 지식 검색·증강(RAG) 인프라를 갖추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직접 요청했습니다.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인프라 단위의 구체적 니즈입니다.

③ ‘맥락을 넣는 역량’. 4장의 환경 차이 경험이 보여주듯, 같은 도구라도 결과를 가르는 것은 사람이 넣는 맥락입니다. 기업이 길러야 할 것은 도구 사용법 교육이 아니라, 자기 업무 맥락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역량입니다.

④ 직무 정체성의 재정의. 한 개발자는 “코드 개발자 입장에서 그동안 기술 콘퍼런스로 AI의 사용처만 살펴봤는데, 개발자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의 사용법과 협업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고, 또 다른 참여자는 “프로젝트 관리(PM)의 역할을 AI로 어떻게 대체·전환할지 알 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이 전환은 단순한 도구 도입을 넘어 직무와 커리어 차원의 변화입니다.

⑤ 교육 대상의 확장 — 의사결정 계층까지. “임원급 이상에게도 이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는 요청이 나왔습니다. AI 사용 환경과 보안 경계는 결국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계층이 풀어야 할 문제이고, 실무자가 동기를 갖춰도 위에서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전환은 멈춥니다. 현장의 갈증이 경영층의 같은 언어로 번역될 때 조직 전환이 시작됩니다.

📌 핵심 Agentic 전환의 진짜 관문은 “어떤 AI 도구를 살 것인가”가 아니라 ① 안전한 환경과 명확한 보안 경계, ② 맥락을 담는 지식 인프라, ③ 맥락을 구조화하는 사람의 역량, ④ 의사결정 계층의 동참입니다. 워크숍은 동기를 만들 수 있지만, 이 네 가지는 조직이 만들어야 합니다.

08“재미있었다”를 “배웠다”로 착각하지 않기 — 다음 차수가 메워야 할 숙제

마지막으로, 코치로서 가장 정직해야 할 부분을 덧붙입니다. 이번 워크숍의 강점(능동학습·인출·생성)은 이미 상위권이지만, 세 개의 구멍이 남았고 이것이 다음 차수의 핵심 보강 과제입니다.

  • 검증의 구멍 — AI에 의존하지 않는 평가가 없었다. AI 활용은 훌륭히 가르쳤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이 개인의 역량을 증명하는지는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차수에는 최종 발표에 구두 방어 질의응답(“이 위험 등급을 그렇게 판단했나? AI 제안 중 무엇을 버렸나?”)을 넣어, AI가 대신할 수 없는 판단 과정을 검증합니다. 비용이 들지 않는 형식 변경입니다.
  • 착각의 구멍 — 학습의 착각을 측정하지 않았다. 높은 만족도와 “내재화는 아직 숙제로 남았다”는 회고가 공존합니다. 다음 차수에는 종료 직전 “AI 없이, 본인 프로젝트의 핵심 위험 세 가지를 2분간 손으로 떠올려 보기”를 넣어, 만족도와 분리된 학습의 직접 증거를 확보합니다(디슬로리에 2019에 근거).
  • 재현성의 구멍 — 환경 차이를 미리 다루지 않았다. 4장의 환경 차이를 결함이 아니라 학습 목표로 전환하되, 프롬프트에 공통 데이터셋과 기준 시점, “환경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안내를 기본값으로 넣고, 결과를 내기 직전 스스로 점검(빈칸·계산·근거·환각)하는 절차를 내장합니다.

그리고 운영 측면에서도, 설문이 또렷이 가리킨 네 가지 보강점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만족도 100% 안에 숨어 있던, “좋았지만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정직한 목소리입니다.

  • 사전지식 편차와 대상자 안내. 대부분 “따라가기 매우 쉽고 유용했다”고 한 반면, 한 참여자는 “기획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들으니 왜 하는지 정보가 없어 처음에 헤맸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난이도가 아니라 사전지식의 편차입니다. 다음 차수에는 오프닝에 “오늘 왜·무엇을·어떻게”를 명시하는 여정 지도를 넣고, 모집 단계에 권장 사전지식을 안내합니다.
  • 조별 활동 vs 개별 활동. “서로 다른 조직·업무를 가진 사람들이 한 조가 되어 과제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차수에는 사전 과제 매칭으로 조 구성을 최적화하고, 개별 트랙 옵션을 검토합니다.
  • 진도와 일정 설계. “하루 과정이라 진도가 빠르다”, “3~5일 과정으로”, “3일에 걸쳐 반나절씩”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8시간에 담은 여섯 단계 전체 여정은 조망에는 적합하나 내재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 사전 준비 공지. “개발 환경을 미리 설치하고 왔으면”이라는 의견은, 시작 직후 도구 설치에 쓰는 시간을 사전 과제로 옮기면 곧장 해소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 이 회고와 교수기법 점검 자체가 방법론을 현장에서 실증한 결과입니다. 현장에서 쓴 단계별 프롬프트는 다음에 그대로 재사용할 표준 묶음으로 정리됐고, 교수기법 점검은 강의 설계를 학술 근거로 다시 검증하는 도구의 첫 실전 적용이 됐습니다. 즉 워크숍을 만든 흐름이, 회고를 통해 자기 자신을 개선하는 선순환으로 닫힙니다.


닫으며 — 리스크는 그릇이었고, 담긴 것은 일하는 법이었습니다

이 워크숍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한 참여자의 문장이었습니다. “리스크 관리는 주제일 뿐이었고, 실제 경험한 방식대로 AI를 업무 여러 방면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스크라는 도메인은 그릇이었습니다. 그 안에 담아 전달하려 한 것은 — 표준 절차를 따라 단계마다 사람이 판단하고, AI가 만든 것과 내가 만든 것을 비교해 내 맥락을 개선하고, 만들기와 채점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 Agentic PM이 일하는 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하는 법은, 강의 준비 자체가 에이전트와의 협업으로 돌아갔다는 사실로 이미 증명되고 있었습니다.

Agentic 전환은 도구를 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멈춰 설 지점을 설계하고, 멈춰 서서 더 나은 맥락을 넣는 법을 익히는 일입니다. 다음 차수에서는 “재미있었다”를 넘어 “AI 없이도 손으로 떠올릴 수 있다”를 측정하는, 한 걸음 더 정직한 워크숍으로 만나뵙겠습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이번 주에 해볼 수 있는 것

  1. 우리 팀의 ‘멈춤 지점’ 한 개를 글로 적어보세요 — “이 판단만은 AI에게 맡기지 않는다”를 한 문장으로.
  2. 반복 업무 한 개를 여섯 단계(맥락 → 식별 → 분석 → 대응 → 평가 → 모니터링)로 분해해보세요 — 리스크 관리가 아니어도 됩니다.
  3. AI가 만든 결과물과 동료가 만든 결과물을 같은 기준표로 채점해보세요 — 차이가 보이면, 그게 학습의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LG전자 SW공학연구소 GenAI 기반 소프트웨어 리스크 관리 워크숍(2026-06-01 1차수) 현장을 강사의 시선으로 복기한 회고입니다. 교수기법의 효과크기와 표준 버전은 원 출처를 병기했으며, 만족도 수치(교육 만족도 4.74·강사 모듈 4.79·순긍정 응답률 100%, 5점 척도)는 LG전자 SW College의 공식 과정 설문 결과입니다. 인용한 수강생 목소리는 동 설문의 주관식 응답에서 발췌했으며, 수강생 실명·개인식별정보는 익명 처리했습니다. 사내 코드·설계 등 보안 자료는 본문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문의 — 김태영 코치(PMP) · peterkim@projectresear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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