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M 컨설턴트 노트 · NH농협은행 SAFe 애자일 3년
좋은 프레임워크를 도입한다고 조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바뀌는 것은 프레임워크가 만든 리듬(pace)을 조직이 몸에 익히고, 그 리듬이 식지 않도록 제도와 스폰서십으로 잠글 때입니다. 2020~2022년, NH농협은행은 3개월 만에 “효과 낮음”으로 접혔던 시범 셀(Cell)에서 다시 출발해, 본점(서대문)의 사업 셀과 IT(양재·의왕)의 개발 셀이 각자의 대표 상품을 실제로 출시하는 애자일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필자와 프로젝트리서치 코치진은 이 여정에 3년 연속 상주 코치로 참여했습니다. 이 글은 SAFe(Scaled Agile Framework)를 ‘행사’가 아니라 ‘조직의 페이스메이커’로 쓴 방법을 한 PM 컨설턴트의 시선으로 정리한 현장 백서입니다.
- 실패의 진짜 원인은 방법론이 아니라 제도였습니다. 2019년 시범 셀이 “효과 낮음”으로 판정된 원인은 애자일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평가·보상이 없고 셀 리더의 전결권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시작은 방법론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상주 코칭을 결합했습니다.
- SAFe를 ‘페이스메이커’로 썼습니다. 10주짜리 PI(Program Increment) 리듬 + 세리머니 6종 표준 + 팀 성숙도별 코칭 강도 차등으로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리듬), 평가·보상·데모데이·경영진 스폰서십으로 그 리듬이 식지 않게 잠갔습니다(제도).
- 본점 사업 셀과 의왕 IT 셀이 각자 대표 상품을 실제로 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 셀의 NH자산+, IT 셀의 올원뱅크·올원페이, 비대면여신 셀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등. 그 결과가 8→15→약 16개 셀 확장, 한국갤럽 앱 경쟁력 2위(올원뱅크, 2020 하반기), 그리고 대형 회계법인계와 경쟁한 제한경쟁 입찰 3연속 방어였습니다.
애자일 전환 코칭은 시장에 많습니다. 그런데 “1년 하고 끝”이 아니라 같은 클라이언트에서 3년을 이어가며 매년 제한경쟁 입찰을 방어한 사례는 드뭅니다. 무엇이 그 연속성을 만들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속도 조절이었습니다. 애자일을 한 번에 밀어붙이지 않고,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을 제도로 고정했습니다. 아래에서 그 페이스메이킹의 다섯 장치를 하나씩 풀어봅니다.
Background왜 ‘실패한 시범 셀’에서 다시 시작했나
출발점은 2019년 디지털 전환 대응 과제였습니다. “애자일 조직(셀)을 도입해 민첩성을 확보하고 부서 간 사일로를 없애자”는 목표로 디지털금융부문에 시범 셀이 꾸려졌습니다. 3개월·16명·주 1회 비상주 방식이었습니다. 결과는 “실행력 제고 효과 낮음”. 흔히 여기서 “우리 조직엔 애자일이 안 맞는다”는 결론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진단은 달랐습니다.
- 평가·보상 부재 — 애자일로 일해도 인사·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동기가 서지 않음
- 전결권 미작동 — 셀 리더에게 권한이 위임되지 않아 의사결정이 여전히 위로 올라감
- 비상주·저빈도 — 주 1회 코칭으로는 새 습관이 몸에 붙기 전에 원래 방식으로 회귀
- 제도부터 — 평가·보상 설계를 코칭 범위(SOW) 안에 포함
- 권한을 셀로 — 셀 리더를 PO(Product Owner)로 세우고 전결·백로그 우선순위 결정권 부여
- 상주 코칭 — 서대문·양재·의왕 다지점에 코치가 상주해 리듬이 붙을 때까지 밀착
이 진단이 왜 중요하냐면, 이후 3년의 모든 설계가 여기서 파생되기 때문입니다. 세리머니를 표준화한 것도, 데모데이를 평가와 묶은 것도, 경영진 설명회를 정례화한 것도 — 전부 “동기와 권한을 제도로 심는다”는 첫 진단의 후속 조치였습니다.
The Formula승리 공식 — SAFe를 ‘행사’가 아니라 ‘페이스’로
많은 애자일 도입이 실패하는 지점은 세리머니를 ‘해야 하는 행사’로 취급하는 순간입니다. 데일리 스탠드업이 현황 보고가 되고, 회고가 요식이 되면 리듬은 죽습니다. 우리는 SAFe를 정반대로 썼습니다 — 조직에 일정한 심박(cadence)을 만드는 페이스메이커로요. 공식은 세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여기서 SAFe의 기본 단위인 PI(Program Increment)는 그냥 “10주”가 아니라 조직이 함께 호흡하는 한 마디의 박자였습니다. 이 박자를 어떻게 만들고, 성숙도에 따라 어떻게 조절하고, 어떻게 제도로 고정했는지가 이 백서의 본론입니다.
Pace-making ①리듬을 표준화하다 — PI 케이던스와 세리머니 6종
페이스메이킹의 첫 장치는 케이던스(cadence), 즉 반복되는 박자입니다. 하나의 PI = 10주 안에 여섯 개의 세리머니가 정해진 리듬으로 배치됩니다. 새 셀이 처음 이 박자에 올라탈 때, 코치는 6종 세리머니 가이드를 인쇄 세트로 손에 쥐여줍니다 — 팀마다 매번 새로 설계하지 않도록.
각 이터레이션(2주) 안에서 이터레이션 플래닝 → 데일리 스탠드업(매일 15분) → 백로그 정제 → 리뷰 → 회고가 한 사이클로 돕니다. IP(Innovation & Planning) 주간이 다음 PI 전 숨 고르기·다음 계획을 담당합니다.
세리머니 6종 — 같은 골격, 바뀌는 예시 카드
각 세리머니 가이드는 동일한 골격(타임박스 → 목적 → 참석자 → 표준 아젠다 → 잘하는 접근 → 흔한 안티패턴)을 따릅니다. 도메인이 바뀌면 예시 카드만 갈아 끼우고 골격은 그대로 둡니다. 이 표준화가 8개에서 16개로 셀이 늘어나도 리듬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성숙도별로 박자의 강도를 조절하다 (遞減)
모든 셀에 같은 코칭을 붓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메이커의 핵심은 주자의 상태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팀 성숙도(터크먼 모델 × SAFe)에 따라 PI당 코칭 투입 시간을 차등하고, 성숙할수록 일부러 강도를 낮춰 자생성을 강제했습니다. 목표는 코치 의존이 아니라 팀 스스로 스크럼 마스터를 길러내는 것이었으니까요.
PI당 코칭 투입 시간(성숙도 기반 투입 계획). 신규 셀은 100% 밀착으로 조기 안정화, 성숙한 셀은 점검만 — 같은 해에도 셀마다 페이스가 달랐습니다. [성숙도 매핑=관측 · 시간 배분=계획값 기준]
Pace-making ②페이스를 제도로 잠그다 — 평가·보상·데모데이·스폰서십
첫 진단(“평가·보상이 없으면 애자일도 없다”)이 여기서 제도로 구현됩니다. 코칭이 끝나도 리듬이 남으려면, 리듬을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의 제도에 걸어야 합니다.
① 평가·보상을 코칭 범위 안에
② 데모데이 — 시연·평가·동기부여 3-in-1
스타트업이 투자자 앞에서 성과를 시연하는 데모데이를 조직 안으로 가져왔습니다. 반기마다 열리는 데모데이는 세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 성과를 시연하고(리뷰), 그 자리에서 평가하고(제도), 다음 반기를 향한 동기를 만든다(문화). “보여주기 위한 준비”가 자연스러운 강제 케이던스가 되는 셈입니다. 2021년 하반기 데모데이에서는 본점(서대문)과 IT가 각각 45건의 성과를 전시했습니다.
③ 스폰서십 — 위에서 페이스를 지켜준다
중간관리자와 경영진이 옛 방식으로 되돌리려 하면 어떤 리듬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폰서십을 1회성 발표가 아니라 정례 케이던스로 만들었습니다.
The Field Map현장 지도 — 본점 사업 셀 × 의왕 IT 셀, 각자의 대표 상품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그래서 무엇을 만들었나”입니다. 2021년 확장기 기준 15개 셀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 본점 서대문의 사업(Biz) 셀과 양재·의왕의 IT 셀. 같은 세리머니 골격을 쓰지만 리듬은 달랐습니다. 사업 셀은 기획·마케팅 사이클로, IT 셀은 릴리스·배포 사이클로 돌았습니다. 각 셀이 담당한 대표 상품·서비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본점(서대문) — 사업(Biz) 셀
| 셀 (Cell) | 대표 상품 · 서비스 | 애자일이 바꾼 것 |
|---|---|---|
| 개인종합자산관리 | NH자산+ (PFM)연금진단소비카테고리 분류 | 개인자산관리(PFM) 서비스 고도화를 PI 목표로 잘게 쪼개 오픈 후 대응까지 한 리듬으로 |
| 옴니채널마케팅 | 앱 푸시·옴니채널 마케팅 | 마케팅 프로세스를 이터레이션 단위로 실험·측정(AARRR 기반 월간 리포트) |
| 비대면여신프로세스개선 |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중도금대출 | 대면 전제의 여신 프로세스를 비대면 흐름으로 재설계 |
| 마이데이터마케팅지원 | 마이데이터 마케팅 | 마이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셀 과제로 |
| 기업금융마케팅혁신 · 기업디지털금융 | NH소상공인파트너기업 디지털금융 | 기업·소상공인 대상 디지털 상품을 사업부서 주도로 |
| 기관CMS개선 · 카드비대면채널 | 기관 자금관리(CMS)카드 비대면 채널 | 백오피스·카드 채널의 디지털화를 각 셀 백로그로 |
양재 · 의왕 — IT 셀
| 셀 (Cell) | 대표 상품 · 서비스 | 애자일이 바꾼 것 |
|---|---|---|
| IT 올원뱅크 | 올원뱅크 (뱅킹 슈퍼앱) | UI/UX 개선을 이터레이션으로 연속 배포 → 한국갤럽 앱 경쟁력 평가 2위(2020 하반기) |
| IT 카드스마트 | 올원페이스마트카드NH Pay 리뉴얼 | 결제·카드 앱을 릴리스 배치 단위로 관리 |
| IT 여신상품 | 여신계정·개인여신 시스템정부 g-find 연계 | 여신 계정계 개발을 PI 목표·비즈니스 가치로 우선순위화 |
| IT 수신상품 | 수신·펀드신탁 | 수신·펀드신탁 파트 개발을 셀 보드로 가시화 |
| IT 스마트뱅킹 | 스마트뱅킹 | 인터넷·모바일 뱅킹 개발 리듬을 케이던스로 정착 |
2021년 15개 셀 기준 대표 매핑. 이 밖에 챗핏, 상담툴(With-Talk) 등 상담·챗봇 서비스도 셀 과제로 다뤄졌습니다. 셀명·상품명은 공개 정보 기준이며, 상품별 상세 실적 수치·담당자 정보는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Three Years3개년 진화 — 도입 → 확장 → 내재화
시즌 1
시즌 2
시즌 3
Outcomes성과, 그리고 정직한 경계
세 번째 타일이 특히 의미 있습니다. 관계 자체가 성과였습니다. 매년 대형 회계법인계 경쟁사와 겨루는 제한경쟁 입찰에서 3년 연속 수행사(incumbent) 지위를 지켰습니다. 그 방어의 무기는 화려한 신규 제안이 아니라, 매달 성실히 쌓은 활동 증빙과 “작년 문제 → 올해 해법”이라는 서사였습니다 — 오직 수행 경험이 있는 쪽만 쓸 수 있는 카드였죠.
동시에, 컨설턴트로서 정직해야 할 경계가 있습니다.
Playbook재현 노트 — 다시 한다면 Do / Don’t
Closing마치며 — 애자일은 조직문화를 바꾸는 긴 여정
3년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 프레임워크는 박자를 줄 뿐, 그 박자를 조직의 심장에 심는 것은 제도와 사람이라는 것. SAFe는 훌륭한 페이스메이커였지만, 페이스메이커 혼자 완주하지는 못합니다. 평가·보상이 동기를 세우고, 데모데이가 리듬을 강제하고, 경영진이 위에서 페이스를 지켜줄 때, 비로소 코치가 떠나도 조직이 스스로 뛰었습니다.
좋은 프레임워크는 시장에 넘칩니다. 드문 것은 그 프레임워크로 조직이 감당할 리듬을 설계하고, 그 리듬을 식지 않게 지키는 페이스메이킹입니다. NH농협은행의 3년은 그 페이스메이킹의 기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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