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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및 단어 모음

시리즈

2011년 한글날에 올렸던 우리말 이름 모음을 15년 가까이 지나 새로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통계로 확인한 요즘 인기 우리말 이름부터, 사전이 검증한 진짜 순우리말, 그리고 이번 기회에 바로잡는 ‘가짜 순우리말’까지 — 2026년 갱신판입니다.

들어가며

가장 많이 읽힌 글을, 15년 가까이 지나 다시 씁니다

2011년 한글날, 저는 이 블로그에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및 단어 모음」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저기서 모은 우리말 이름과 단어를 한데 추린 자료였는데, 놀랍게도 이 글은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글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 이름을 고민하는 예비 부모님, 우리말에 관심 있는 분들이 검색으로 꾸준히 찾아오고 계십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그대로 두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당시 글의 출처는 솔직히 적은 그대로 “이곳저곳에서 모아 하나로 추렸습니다”였습니다. 2011년에는 그게 최선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15년 사이 달라진 세 가지
① 대법원이 출생신고 이름 통계를 공개하면서, 어떤 우리말 이름이 실제로 인기인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② 1990년대 이후 시들했던 우리말 이름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 그것도 전과는 꽤 다른 모습으로.
③ 인터넷에 떠도는 “아름다운 순우리말” 목록 중 상당수가 근거 없는 창작이거나 한자어라는 사실이 검증됐습니다. 2011년의 제 글도 그 검증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갱신판은 세 가지를 약속합니다. 인기 이름은 통계로 말하고, 뜻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으로 확인하고, 어원이 불확실한 이름에는 정직하게 표시를 달았습니다. 원래 글은 기록으로 그대로 두고, 이 글이 앞으로의 정본입니다.

Part 1

숫자로 보는 우리말 이름 —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돌아왔다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이 공개하는 출생신고 이름 통계를 보면, 우리말 이름의 부활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한자 없이 한글로만 출생신고된 이름은 2008년 16,680건(전체의 3.54%)에서 2015년 34,843건(7.7%)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0년대에는 열에 하나를 넘어섰다는 추정도 나옵니다(이 비율의 공식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 한자 없는 한글 이름 출생신고 비율 — 100명 중 몇 명일까
2008년
3.54%
2015년
7.7%
2020년대
10%+ (추정)
출처: 대법원 출생신고 통계 (2008·2015 실측) · 2020년대 수치는 공식 발표 전 추정치. 막대 길이는 상대 비교용.

더 흥미로운 것은 연간 인기 순위 TOP 20에 순우리말 이름이 실명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름 실측 순위 (대법원 통계 기반)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표준국어대사전 등재) 여아 2023년 20위(770명) → 2024년 15위(873명)
로운 ‘이롭다·새롭다’의 ‘-로운’ — 이로운 사람 남아 2023년 14위(1,011명) · 2024년 18위(889명)
이솔 소나무처럼 곧게 자라라 여아 2025년 19위(930명)
이든 착하고 어진 — 옛말 ‘읻다(좋다·어질다)’ 계열 남아 누적(2008~) 6,130명 — 상위권 단골
라온 즐거운 — 옛말 ‘랍다’의 활용형 누적 남아 4,657명 · 여아 3,707명 — 남녀 모두 쓰는 이름

※ 순위·인원은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공개 데이터를 집계한 이름 통계 서비스 기준입니다. 일단위 잠정치를 재가공하는 구조라 집계 시점에 따라 순위·인원이 한두 계단 다를 수 있습니다.

흐름을 시대별로 이으면 이렇게 됩니다. 1980년대 ‘아름’, 1990년대 ‘한솔·슬기’, 2000년대 ‘한결·하늘’, 2010년대 ‘한결·사랑’ — 그리고 2020년대의 ‘윤슬·로운·이든·이솔’. 같은 우리말 이름이지만 결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뜻이 앞장섰다면(보람·슬기·아름), 지금은 부드러운 발음과 세련된 어감이 먼저이고 뜻이 따라옵니다.

2025년 출생신고 기준 전체 1위는 남아 ‘도윤’, 여아 ‘서아’였습니다. 인기 상위 50개 이름은 남녀 모두 100% 두 글자였고요. 이 두 글자 대세 속에서 요즘 작명 트렌드를 셋으로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트렌드 내용 우리말 이름과의 접점
① 소리 우선 한자의 뜻보다 발음의 부드러움·어감을 중시 윤슬·이솔·로운처럼 받침이 적고 흐르는 이름의 강세
② 성별 중립 이안·지안·지우·이현처럼 남녀 모두 쓰는 이름 확산. ‘지안’은 2008~2022년 남아 8,130명·여아 18,332명이 함께 썼습니다 하늘·바다·라온·다온 등 우리말 이름은 본래 성별 구분이 약한 편 — 트렌드와 자연스럽게 맞물림
③ 글로벌 발음 해외에서도 부르기 쉬운 이름 선호 — 받침 없는 글자, ㄴ·ㄹ·ㅁ·ㅇ·ㅎ 계열 자음 하루·누리·노을처럼 모음으로 흐르는 우리말 이름이 유리

1990년대의 우리말 이름 붐이 “우리 것을 지키자”는 운동의 마음이었다면, 2020년대의 부활은 “예쁘고, 부르기 쉽고, 세계 어디서나 통해서”입니다. 동기는 달라졌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 아이들의 이름에 우리말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Part 2

우리말 이름 사전 2026 — 사전이 확인해 준 진짜들

여기서부터가 본편입니다. 2011년판의 이름 목록을 표준국어대사전·우리말샘 기준으로 다시 검증하고, 지난 15년 사이 실제로 쓰이게 된 이름들을 더했습니다. 어떤 이름이든 아래 판별 순서를 거치면 네 갈래 중 하나로 정리됩니다.

📊 이 이름, 진짜 순우리말일까? — 4갈래 판별 순서
① 표준국어대사전·우리말샘에  등재돼  있는가?
[사전] 사전이 보증
하늘 · 윤슬 · 보람 · 슬기 · 닻별
↓ 아니라면
② 옛 문헌에서  문증 되는가? (훈몽자회·용비어천가 등)
[옛말] 고어 유래
가람 · 미르 · 누리 · 다솜 · 라온
↓ 아니라면
③ 우리말 요소를  조합 해 만들었는가?
[창작] 현대 신조어 — 떳떳하게
가온 · 하람 · 하린 · 늘해랑 · 별하
↓ 그것도 아니라면
④ 한자어·외국어가 “순우리말”로  둔갑 한 경우
가짜 — Part 3에서 바로잡기
온유(溫柔) · 아라 · 씨밀레 · 예그리나
이 글의 모든 이름표는 이 네 갈래 기준으로 붙였습니다. 처음 두 갈래([사전]·[옛말])는 전통의 보증, 셋째 갈래([창작])는 부모의 창작 — 셋 다 좋은 이름입니다. 문제는 가짜를 진짜 옛말처럼 파는 풀이뿐입니다. 본문 표의 [조합]·[사전 활용]·[옛말 파생]은 세분류 표기입니다 — [사전 활용]은 사전 단어의 변형형, [옛말 파생]은 옛말의 파생형, [조합]은 [창작] 중 우리말 요소를 이어 붙인 유형. (이 갈래 번호는 판별 순서이며, 아래 이름 사전의 섹션 번호 ①~⑤와는 무관합니다.)

성별 표기는 출생신고 통계상 우세한 쪽을 적었습니다. “여아에게 더 많이 쓰임” 정도의 뜻이지, 정해진 법은 없습니다.

① 자연에서 온 이름

이름 뜻 · 비고
하늘 (중성) [사전] 하늘. 우리말 이름의 대표 격 — 배우 김하늘, 강하늘(본명도 김하늘)
바다 (중성) [사전]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여 우세) [사전] 별 — 한 글자 이름의 단골
샛별 (여) [사전] 금성을 이르는 우리말 — 새벽을 여는 별
닻별 (여) [사전] 카시오페이아자리의 우리말 — 사전에 실린 별 이름 중 가장 시적인 축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사전] 계절 이름 그대로 — ‘한’씨와 만나면 한여름·한겨울이 되는 재미도
노을 (여 약간 우세) [사전] 저녁노을 — 부드러운 어감으로 재조명되는 이름
새벽 (중성) [사전] 새벽 — 배우 송새벽
이슬 (여) [사전] 맑은 이슬
단비 (여) [사전] 가뭄 끝에 내리는 고마운 비 — 기다리던 아이에게
여울 (여) [사전]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곳 — 생동감 있는 이름
시내 (여) [사전] 시냇물
바람 (중성) [사전] 바람(風) — 또는 ‘바라다’의 바람(望)으로 짓는 경우가 더 많음
하늬 (여) [사전] 서풍 — 곡식을 익게 하는 이로운 바람. 배우 이하늬
보라 (여) [사전] 보라색 — 남씨를 만나면 ‘남보라’
(중성) [사전] 소나무 — 한솔·찬솔·해솔 등 조합의 중심
달래 · 다래 (여) [사전] 봄나물과 산열매 — 진씨를 만나면 ‘진달래’
버들 (남 우세) [사전] 버드나무 — 유연함과 강인함
열매 (여) [사전] 노력이 맺는 결실
풀잎 · 잎새 (여 우세) [사전] 부드럽지만 꺾이지 않는
그루 (중성) [사전] 나무를 세는 단위 — 배우 한그루
반디 (여) [사전] 반딧불이 — 스스로 빛을 내는
보늬 (여) [사전] 밤·도토리의 속껍질 — 겉이 아닌 속을 감싸는 결
토리 (여) [사전] 도씨와 만나 ‘도토리’ — 작지만 야무지게

② 옛말·옛 문헌에서 온 이름 (일부는 현대 표준사전에도 등재)

이름 뜻 · 어원
가람 (중성) [옛말] 강(江) — 영원히 흐르는 업적을 남기라는 뜻으로 즐겨 쓰임
미르 (남 우세) [옛말] 용(龍) — 훈몽자회(1527)에 “미르 룡”으로 문증되는 진짜 옛말
미리내 (여) [옛말·방언] 은하수 — 미르(용)+내(川). ‘별’이 아니라 ‘은하수’라는 점 기억해 주세요
누리 (중성) [옛말] 세상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그 누리
마루 (남 우세) [옛말] 산마루·꼭대기·으뜸 — 정상(頂上)의 우리말. (‘하늘’이라는 뜻은 와전 — Part 3 참조)
한울 (남 우세) [옛말] 하늘의 옛말 — ‘큰 울타리=온 세상’으로 풀기도
아리수 (여) [옛말] 한강의 옛 이름 —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阿利水
다솜 (여 우세) [옛말] 애틋한 사랑 — 중세어 ‘ᄃᆞᆺ다(사랑하다)’의 명사형
다소니 (여 약간 우세) [옛말 파생] 사랑하는 사람
라온 (중성) [옛말] ‘즐거운’ — 중세어 ‘랍다’의 활용형. 형용사이므로 “라온 ○○(즐거운 ○○)” 구조가 본래 어법
이든 (남 우세) [옛말] 착하고 어진 — 옛말 ‘읻다(좋다·어질다)’ 계열. 2020년대 인기 상위권
벼리 (중성) [사전] 그물을 지탱하는 줄 — 일의 근본·뼈대가 되는 사람
나래 (여) [사전] ‘날개’를 문학적으로 이르는 말 — 방송인 박나래
나르샤 (여 우세) [옛말] ‘날아오르샤’ — 용비어천가의 그 구절
혜윰 (여 우세) [옛말] 생각 — 중세어 ‘혜다(헤아리다)’의 명사형
드레 (남 우세) [사전] 점잖은 성품, 인격적 무게
(중성) [옛말] 모든 것·전부, 그리고 숫자 백(百) — 온누리·온유리 등 조합의 재료
하루 (중성) [사전] 하루 —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이레 (중성) [사전] 이렛날(7일) — 날짜 세는 우리말에서 온 이름
아람 (여) [사전] 탐스럽게 잘 익어 벌어진 과실
윤슬 (여 우세) [사전] 반짝이는 잔물결 — 표준국어대사전 등재어. 2020년대 우리말 이름 부활의 간판

③ 가치와 바람을 담은 이름

이름 뜻 · 비고
슬기 (여 우세) [사전] 지혜 — 1990년대를 대표한 이름, 레드벨벳 슬기(본명 강슬기)
보람 (여 우세) [사전] 한 일의 좋은 결과 — 인터넷에 “한자어”라는 낭설이 돌지만 진짜 순우리말입니다
아름 (여) [사전] 아름답다 — 1980년대 한글 이름 붐의 상징
한결 (남 우세) [사전] 한결같은 사람 — 2000~2010년대 남아 한글 이름 1위권
한솔 · 한별 · 한빛 · 한샘 · 한길 · 한뫼 · 한얼 [조합] ‘한(크다)’+우리말 — 큰 소나무, 큰 별, 큰 빛, 큰 샘, 큰 길, 큰 산(뫼=산의 옛말), 큰 얼
하나 · 두리 · 세나 [사전] 첫째·둘째·셋째에게 — 축구선수 차두리가 대표 사례
다온 (중성) [창작] 좋은 것이 다 온(다) — 현대 조합형이지만 어법이 자연스러워 정착
나은 (여) [사전 활용] 어제보다 나은 사람 — 에이핑크 손나은
도담 (남 약간 우세) [사전] 도담도담 —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양
소담 (여) [사전] 소담하다 — 생김새가 탐스럽다
초롱 (여) [사전] 초롱초롱 — 눈빛이 맑고 영롱한
새론 · 새롬 (여) [사전 활용] ‘새로운’·’새로움’의 준말
늘봄 · 늘빛 · 늘찬 [조합] 언제나 봄처럼 · 늘 빛나게 · 언제나 가득 차게
빛나 · 빛가람 · 빛내리 [조합] 빛 계열 — 축구선수 윤빛가람, 과학자 김빛내리 교수
겨레 (남 약간 우세) [사전] 민족의 우리말
나라 (여) [사전] 나라(國) — 배우 장나라
우람 · 세찬 · 힘찬 · 올찬 · 움찬 (남) [사전] 기골이 장대하게 · 힘있게 · 야무지게 · 새싹(움)처럼 힘차게 — 야구선수 정우람, 김힘찬
산 · 산들 (남) [사전 활용] ‘살다’에서 온 산(山이 아님), 산들바람의 산들 — 가수 산들(B1A4)
맑음 · 마음 · 기쁨 · 믿음 · 이룸 · 자람 [사전 활용] 명사형 이름 — 뜻이 곧 기원이 되는 구조
으뜸 (중성) [사전] 첫째, 가장 뛰어남
보름 · 보미 · 해봄 · 새봄 (여) [조합] 보름달의 보름, 봄 계열 —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해솔 · 해환 [조합] 해+소나무(가수 자이언티 본명 김해솔) · 해가 환한 — ‘해환’은 시인 윤동주의 아명
난새 (남) [조합] 하늘을 나는 새 — 지휘자 금난새, 한국 현대 순우리말 이름의 선구
진솔 (중성) [사전] 빨지 않은 새 옷 — 한자어 眞率과 중의적으로 쓰는 묘미

④ 성씨와 만나 완성되는 이름

우리말 이름의 숨은 재미는 성씨와의 합작입니다. 성까지 읽어야 뜻이 완성됩니다.

윤이나(윤이 나다) · 이루다 · 이루리(이씨) · 장하다(장씨 — 가수 장범준 아들) · 구해라(구씨) · 정겨운 · 정다운(정씨 — 배우 정겨운) · 한여름 · 한겨울(한씨) · 남보라(남씨) · 진달래(진씨) · 도토리(도씨) · 주저리는 농담입니다만, 이쯤 되면 성씨가 이름 짓기의 절반입니다.

⑤ 현대에 만든 조합형 이름 — 떳떳한 ‘창작’으로

가온·하람·하랑·별하·예슬·다솔·늘해랑 같은 이름들은 옛 문헌에 없는 현대의 창작입니다. 우리말 요소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라는 뜻이지, 나쁜 이름이라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다만 “○○의 옛말”이라는 그럴듯한 풀이가 붙어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성격을 알고 짓는 것이 좋습니다.

이름 작명 의도 · 유의점
이솔 (여) [창작] 소나무처럼 곧게 자라라 — 조합형 이름 중 최상위 인기(2025년 여아 19위, Part 1 표 참조)
가온 (중성) [창작] ‘가운데’의 옛말 ‘가온대’에서 따온 추정형 — ‘가온’이 단독으로 쓰인 옛 문헌은 없습니다. 현대 작명으로는 널리 정착
하람 · 하랑 (중성) [창작] ‘하늘이 내린 사람’ 등으로 풀이되지만 사전·고어 근거 없는 축약 창작명
하린 (여) [창작] ‘하늘이 내린’의 머릿글자 조합 — 2025년 여아 4위의 대세 이름이지만 ‘하’≠하늘, ‘린’≠내린이라는 점은 알아두기
별하 · 하별 · 미리별 (여) [창작] 별 계열 조합 — 별같이 높이 빛나라
예봄 · 예슬 · 다슬 · 슬아 (여) [창작] 예쁜 봄 · 예쁘고 슬기롭게 — 음절 조합형
든솔 · 우솔 · 다솔 [창작] 든든한·우람한·다복한 소나무
늘해랑 (중성) [창작] “늘 해와 함께”로 풀이되는 신조어 축약형 — 어감은 좋으나 옛말 아님
두빛나래 · 꽃가람 · 가람슬기 [창작] 세 글자 이상 조합형 — 두 개의 빛나는 날개, 꽃이 있는 강, 강처럼 슬기롭게. 다만 이름은 성을 빼고 다섯 자까지만 등록됩니다(Part 4)

Part 3

바로잡기 — ‘아름다운 순우리말’이라는 이름의 가짜들

이 섹션이 2026년판을 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터넷에는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 목록이 수없이 돌아다니는데, 그중 상당수가 한자어이거나, 외국어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창작 단어입니다. 2011년의 제 글도 이 목록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기에, 표로 한 번에 바로잡습니다.

이름 · 단어 떠도는 풀이 사실
온유 순우리말 취급 한자어 溫柔(따뜻하고 부드러움)
단아 순우리말 느낌 한자어 端雅(단정하고 아담함)
아라 “바다의 옛말” 근거 없음 — 출처 불명의 통설. 바다의 진짜 옛말은 ‘바랄(바ᄅᆞᆯ)’이고, ‘바다’ 자체가 이미 유서 깊은 순우리말입니다
마루 “하늘의 순우리말” 마루의 뜻은 꼭대기·산마루뿐, 하늘이라는 뜻은 없습니다. 하늘의 순우리말은… ‘하늘’입니다
사랑 순우리말 대표 격 어원으로 한자어 思量(생각) 유래설이 제기되어 있습니다(학계 정설로 확정된 것은 아님) — 본래 ‘생각’을 뜻하다가 16세기경 ‘애정’으로 정착. 현대어로는 고유어처럼 쓰이니 이름으로는 문제없습니다
라온제나 · 라온하제 “기쁜 우리” · “즐거운 내일” 엉터리 조어 — ‘제나’에 ‘우리’라는 뜻이 없고, ‘하제(내일)’와의 결합도 현대 창작. ‘라온(즐거운)’까지만 진짜
예그리나 “사랑하는 우리 사이” 근거 없는 인터넷 창작
씨밀레 “영원한 친구” 이탈리아어 simile(비슷한)에서 온 것으로 추정 — 우리말 아님
수피아 “숲의 요정” 광주 수피아여학교는 미국 선교 후원자 Speer의 이름에서 — 우리말 아님
듀륏체리 · 베론쥬빌 · 해류뭄해리 “순우리말” 목록 단골 사전·옛 문헌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창작 단어 — 전부 가짜입니다
은가람 · 은가비 · 다원 · 다은 순우리말로 유포 ‘은은(隱隱)’·’원(願)’·’은(恩)’ 등 한자 요소가 섞였거나 섞였을 가능성이 높은 혼종 — ‘다은’·’다원’의 ‘다’는 순우리말로 볼 여지도 있으나 뒷글자가 한자 계열
해밀 · 그린나래 · 그린비 · 늘솔길 “비 갠 맑은 하늘” 등 뜻은 아름답지만 전승된 옛말이 아닌 현대 합성 신조어 — ‘창작’임을 알고 쓰면 충분합니다
태이 · 도하 · 서아 류 “요즘 한글 이름” 한자 표기 없이 등록했을 뿐 어원은 한자 이름인 경우가 많음 — “한글 이름”과 “순우리말 이름”은 다른 개념입니다

오해를 피하고 싶습니다 — 창작 이름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이름은 누군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창작인지 옛말인지를 속이는 풀이입니다.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멋진 뜻으로 하람이라 지으셨다면 그 자체로 좋은 이름입니다. 다만 아이가 커서 “내 이름은 옛말이야?”라고 물을 때, “아니, 엄마 아빠가 우리말로 만든 이름이야”라고 정확하게 답해줄 수 있으면 됩니다. 그게 더 멋진 답이기도 하고요.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우리말샘(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에서 검색해 보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있으면 표준이 검증한 우리말이고, 우리말샘에만 있으면 옛말·방언·새말의 단서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우리말샘은 국민 참여형이라 수록 기준이 더 열려 있습니다). 둘 다 없으면 창작이거나 검증이 필요한 말입니다.

Part 4

이름을 둘러싼 이야기 — 역사, 제도, 그리고 우주로 간 우리말

60년 가까이 된 운동의 결실

📊 우리말 이름 60년 — 운동에서 일상으로
1967~70년대
씨앗 — 운동의 시대
‘고운이름 자랑하기’ 17회(~1986)
한바다 · 정우람 · 금난새

1980~90년대
1차 붐 — 뜻의 시대
한 반에 ‘하늘’이 네 명
아름 · 한솔 · 슬기 · 보람

2000년대
회귀 — 한자의 반격
중복 피로 · 개명 사례
민준 · 서연의 전성기

2010년대 중반~
재발견 — 남아까지 확산
한글 이름 3.5%→7.7%
한결 · 사랑 · 하늘

2020년대
2차 부활 — 소리의 시대
TOP 20 실명 진입
윤슬 · 로운 · 이든 · 이솔

1차 붐이 ‘뜻'(우리 것을 지키자)으로 지었다면, 2차 부활은 ‘소리'(부드러운 어감·글로벌 발음)로 짓습니다 — 동기는 달라졌지만 우리말이 돌아왔다는 결과는 같습니다.

우리말 이름 짓기는 갑자기 생긴 유행이 아닙니다. 1967년부터 1986년까지 서울대학교 국어운동학생회가 ‘고운이름 자랑하기’ 행사를 17회에 걸쳐 열었고, 1976년 제9회에서는 ‘한바다’가 으뜸상을, ‘한마음·정우람·정빛나’가 버금상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이 운동의 씨앗이 1980~90년대 한글 이름 붐(아름·한솔·슬기 세대)으로 꽃피었고, 2000년대 한자 이름 회귀를 거쳐, 2020년대에 두 번째 부활을 맞은 것입니다.

첫 세대의 시행착오도 기록해 둘 가치가 있습니다. 1990년대생 ‘하늘’이 한 반에 네 명이던 시절이 있었고, “순우리말 이름이 나약해 보인다”며 한자 이름으로 개명한 사례도 보도됐습니다. 그 교훈 덕분인지 요즘 우리말 이름은 윤슬·이든·로운처럼 어감이 다채로워졌습니다. 두 글자 안에서도 겹치지 않을 만큼 어휘의 폭이 넓어진 것 — 이것이 2세대 우리말 이름의 가장 큰 진화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제도 세 가지

  • 한글 이름은 한자 없이 등록됩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이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이름에 쓰도록 정하고 있어, 순우리말 이름은 그대로 한글로 기록됩니다. 한 이름 안에 한글과 한자를 섞는 표기는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안내되니, 혼합 표기를 고려하신다면 출생신고 전에 관할 기관 확인을 권합니다.
  • 이름은 성을 빼고 다섯 자까지.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가 정한 한도입니다. ‘가온들찬빛’ 같은 이름은 다섯 자라 가능하지만 여섯 자부터는 수리되지 않습니다. 2025년 6월 20일부터는 한국인·외국인 부부의 자녀에 한해 글자 수 제한 없이 외국 신분등록부상 이름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한자 이름의 선택지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이름에 쓸 수 있는 인명용 한자는 1991년 2,731자에서 2024년 6월 9,389자까지 늘었습니다. 한자든 한글이든, 이름의 자유가 꾸준히 확장되어 온 셈입니다.

아이 이름을 넘어 — 우주로 간 우리말 이름

우리말 이름의 부활은 아이 이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누리=세상)와 달 궤도선 다누리(달+누리다 — “달을 남김없이 누리고 오라”)는 모두 대국민 공모로 지은 우리말 이름입니다. 반려동물 이름 통계에서도 보리·콩이·별이·사랑이가 코코·초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업과 브랜드 이름에서도 우리말 네이밍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습니다.

참고로 세계에는 이름을 법으로 지키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이름위원회가 자국어 문법에 맞는 이름인지 심사하고, 프랑스는 1993년 자유화 이후에도 판사가 “아이의 이익에 반하는” 이름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실제로 ‘Nutella’라는 이름이 거부됐습니다). 한국은 글자 수와 한자 범위만 정할 뿐 어떤 우리말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제도만 보면 우리말 이름 짓기에 꽤 너그러운 나라입니다.

Part 5

덤 — 달과 날의 우리말 (2011년판 계승)

원글에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월·일의 우리말’을 다듬어 잇습니다. 한 가지 정직한 주석을 답니다 — 아래 열두 달 이름은 옛 문헌에서 전해 내려온 것이 아니라 우리말 운동 과정에서 만들어 보급한 현대의 별칭입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 성격을 알고 즐기시면 됩니다.

우리말 별칭 · 풀이
1월 해오름달 — 새해 아침에 힘있게 오르는 달
2월 시샘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 물오름달 — 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 잎새달 —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 푸른달 —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 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
7월 견우직녀달 —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달
8월 타오름달 —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 열매달 —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 하늘연달 —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 미틈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 매듭달 —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날짜를 세는 우리말은 진짜 전통입니다 —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그리고 스무날을 지나 그믐날까지. 이레(7일)·이틀·하루가 그대로 이름이 되기도 하니, 달력 속에 이름 후보가 숨어 있는 셈입니다.

맺으며

이름 짓는 분들께 드리는 작은 도구함

마지막으로, 직접 이름을 지으실 때 도움이 되는 도구들을 정리합니다. 15년 전에는 없던 것들입니다.

도구 용도
표준국어대사전 · 우리말샘 후보 이름이 진짜 우리말인지, 뜻이 정확한지 1차 검증
대법원 출생신고 이름 통계 후보 이름이 얼마나 흔한지(또는 희소한지) 공식 통계로 확인
네임차트 등 이름 통계 서비스 연도별 순위·성비 추이를 그래프로 — 같은 이름의 남녀 비율까지 확인 가능
AI 작명 서비스 아이디어 발산용으로는 유용하지만, 어원 풀이를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사전으로 재검증하세요. 위 ‘가짜 순우리말’ 목록이 AI의 학습 데이터에도 섞여 있습니다

2011년의 글이 “모음”이었다면 2026년의 이 글은 “검증된 모음”이고자 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말 이름은 운동의 언어에서 일상의 언어가 됐고, 윤슬이와 이든이가 유치원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시대가 왔습니다. 15년 뒤에 세 번째 판을 쓰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이름들이 새로 태어나 있을지 —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출생신고 이름 통계 · 표준국어대사전 · 우리말샘(국립국어원) · 대법원 보도자료(인명용 한자 확대, 2024-05-23 / 한국인·외국인 부부 사이 출생 자녀 이름 글자 수 제한 완화, 2025-06) · 서울신문(2016-05-09, 시대별 인기 이름) · 부산일보(2009-10-21, 순우리말 이름 세대) · 정책브리핑(다누리 명명, 2022) · 네임차트·베이비빌리·육아크루(2025년 이름 순위 집계). 어원 검증은 표준국어대사전·우리말샘 등재 여부를 기준으로 했으며, 등재되지 않은 이름은 본문에 ‘창작’ 또는 ‘근거 없음’으로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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