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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에서 불어온 내면의 바람

시리즈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 불일암에 닿았을 때,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바람이었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바람은 후박나무 잎새를 흔들고, 대나무 숲을 지나며 낮게 속삭였다. 법정 스님께서 17년을 머무신 이곳에서, 나는 오랜만에 멈춰 섰다.

세 칸 남짓한 암자는 놀라울 정도로 소박했다. 화려한 단청도, 웅장한 기둥도 없었다. 그저 비바람을 막아줄 만큼의 벽과 지붕, 햇살이 스며들 작은 창문이 전부였다. 이곳에서 『무소유』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로웠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적게 가진 곳에서, 가장 큰 울림이 시작되었으니까.

마당 한편의 텃밭을 바라보며, 나는 최근 빠져있던 달리기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김성우 코치가 말하는 ‘마인드풀러닝’을. 처음엔 기록을 재고, 속도를 비교하고, 남들보다 멀리 뛰려 애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이 아프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달리기가 고통이 되어버린 어느 날, 나는 『마인드풀 러닝』이라는 책을 만났고, 그 속에서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묘하게 겹치는 철학을 발견했다.

“비교하지 말고, 내 호흡에 집중하라.”

마인드풀러닝의 핵심은 단순했다. 남의 페이스를 쫓지 말고,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속도로 달리라는 것. 기록계를 끄고, 그저 발이 땅에 닿는 감각,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느낌, 심장이 고동치는 리듬에만 귀 기울이라는 것. 법정 스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와 다르지 않았다. 불필요한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짜 자유가 찾아온다는 진리.

불일암 마당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바람소리가 들렸다. 대나무가 서로 부딪치며 내는 맑은 울림. 그 순간 깨달았다. 스님께서 이곳에서 듣고 보고 느끼신 것들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비교하지도, 경쟁하지도 않는다. 계곡물은 그저 제 속도로 흐르고, 바람은 제 길을 따라 분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남들보다 느리면 어떤가. 5킬로미터를 30분에 뛰든 50분에 뛰든, 중요한 건 내가 그 시간 동안 온전히 ‘나’였다는 것. 호흡을 느끼고, 몸의 신호를 듣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마인드풀러닝은 말한다. “당신의 달리기는 오롯이 당신의 것”이라고. 법정 스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소유하려 하지 말라, 그대로 바라보라”고.

암자를 둘러싼 후박나무는 몇 백 년을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소나무보다 작다고, 느티나무보다 높지 못하다고 조바심낸 적이 있었을까. 그저 봄이 오면 새잎을 내고, 여름엔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엔 열매를 맺고, 겨울엔 가지만 남긴 채 쉬었을 것이다. 자기 속도로, 자기 방식으로.

불일암을 내려오는 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내일부터 다시 달려야지. 누구보다 빨리가 아니라, 나답게. 기록을 깨기 위해가 아니라, 내 안의 고요를 만나기 위해. 법정 스님께서 이 작은 암자에서 ‘텅 빈 충만’을 발견하셨듯, 나도 달리기 속에서 비움의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싶다.

돌아보니 불일암이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집착하지 않고 흘러가는 삶. 비교의 덫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시간. 마인드풀러닝이 그러하고, 무소유가 그러하다.

산길을 걸으며 다짐했다. 남의 기록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리라. 무소유의 가르침처럼, 덜어내고 비워내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채워가리라.

불일암에서 불어온 바람이 아직도 등 뒤에서 나를 떠밀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 나답게 살라고.​​​​​​​​​​​​​​​​

#마인드풀러닝 #마인드풀러닝스쿨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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